[오효석 칼럼] 백경현 구리시장, 2025 신년 기자회견···"각본 있다 or 없다?"
오효석 기자 | 입력 : 2025/01/09 [16:23]
안타깝고 아쉽다. 구리시 2025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8일 오전 을사년 새해를 맞아 출입 기자를 초청, 지난해 성과와 올해 시정 운영방향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통상적으로 지자체장의 발표가 끝나면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진행한다. 각 지자체마다 진행방식이 조금씩 다를 순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질의응답이다. 이는 기자회견의 백미요 단체장의 시정에 대한 관심과 지식, 더 나아가 순발력 등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물론 기자들의 수준 또한 가늠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차치하도록 하자. 그런데 구리시의 이날 질의응답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대본 없는’ 자리가 되어야 할 자리가 ‘각본 있는’ 자리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구리시는 사전에 받은 질문을 자체 선정, 백 시장은 그에 대한 답을 앵무새처럼 읊었기 때문이다. 시책 발표에 20여분,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 10여분, 합계 30여분이 지났을 때였다. 사회자가 현장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행사를 종료하겠다고 했다. 순간 백 시장은 몇 개의 질문을 더 받겠다며 현장 즉문즉답을 진행했다. 행사를 준비하느라 노력한 홍보협력담당관 소속 직원들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 백 시장의 재치가 이를 막은 셈이다. 백 시장은 즉석에서 3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 답변까지 약 14분이 걸렸다. 총 합쳐 44여분이 걸렸다. 진행시간이 조금 짧기는 했지만 그나마 이 정도면 준수했다. 문제는 질문을 미리 받고 그에 대한 답변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사실 다수의 지자체 기자회견은 현장에서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리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동안 수 없이 논란이 됐다. 시험 치르는 사람이 미리 문제지를 받고 답을 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날 백 시장도 단상 위 유인물을 읽어 내려가는데 불과했다. 시선은 지속적으로 정면을 보지 못했다. 단상 위 유인물을 보거나, 유인물을 넘기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각본 있는 기자회견은 첫째 긴장감을 떨어트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둘째 참석한 기자들 다수를 들러리 세우는 것에 불과하므로 자존감을 훼손시킨다. 당연히 예의가 아니다. 셋째 만약 각본 있는 기자회견에 동조한 기자가 있다면 이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주최 측과 기자들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구리시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구리시 신년기자회견이 안타깝고 아쉽다는 것이다. 잘하려고 했던 게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다른 진행 내용만 보면 잘하려는 노력과 정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기화로 구리시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혁신 없는 안일함은 적체될 뿐이다. 따라서 언론관에 대한 재정립을 촉구한다. 상식과 원칙을 기반에 두고 언론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 구리시민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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