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다. 모 지자체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때다. 시작 전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옆을 지나가며 한마디 던진다.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런데 말투가 이상하다. 뉘앙스가 비꼬는 듯했다. "너는 왜 왔냐"고 되물었다. "저는 집이 가깝잖아요", "난 출입한지 10년이나 됐어...", "그래요" 하면서 앞으로 가버린다. 지나치는 그 친구를 보면서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았다. 침묵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친구는 나이로는 한참 어리고 언론으로 따지면 보이지 잃을 정도로 한참 후배다.
돌이켜보면 몇 안되는 선후배들이 넓은 지역을 출입하는 필자를 보고 “말도 안된다”며 폄훼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들은 현재 그 말도 안되는 일들을 자신들이 하고 있다. 본인들이 내 뱉은 말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경우는 여럿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언어 자체가 그 사람의 인성과 품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그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보고 듣기에도 좋다. 그래야 지위에 맞는 격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게 상식이다. 하물며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나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자칭 기자라는 자들이 막 말을 자주한다.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툭 하면 욕지거리를 하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을 띄우기 위해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대화도 자주 보는 경우다. 그러면서 기자라고 잘난 척하며 설치고 다닌다.
필자는 이런 사람을 될 수 있으면 피한다. 품격 있는 대화가 어렵고 설득시키지도 않는다. 그런 유형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정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직언으로, 때론 우회적으로라도 얘기한다. 그리고 지켜본다. 그런데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변하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야 한다. 쓴소리를 들을 때마다 언행이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그만큼 사려 깊게 생각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게 발전이다. 사람이라면 그래야 한다. 이게 사람과 동물의 차이다. 발전이 없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이 없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그런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인군자들이 일맥상통(一脈相通)하게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정제돼야 한다. 하물며 기자는 더 그렇다. 공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언어는 쉽고 명료해야 한다. 상대방을 기분 좋진 않더라도 나쁘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특히 상대방을 깔보는 언어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글을 쓰는 기자의 입장에선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2025 을사년 설 명절 연휴도 끝났다. 이제는 올 한해의 목표를 위해 열정적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필자부터 기자다운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했던 적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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