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석 칼럼] ‘공정과 상식’을 지킨 ‘평택시 민선 8기 1주년’ 기자회견···왜?

오효석 기자 | 기사입력 2023/07/05 [00:12]

[오효석 칼럼] ‘공정과 상식’을 지킨 ‘평택시 민선 8기 1주년’ 기자회견···왜?

오효석 기자 | 입력 : 2023/07/05 [00:12]

▲ 오효석 국장  © 경기인

민선 81주년을 맞아 광역·기초 지자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평택시도 마찬가지다. 4일 오후 정장선 시장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실··소장들이 앉을 자리 외에 원형의 대형 테이블 9개가 설치됐다. 기자들이 앉을 자리다. 필자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자리는 이미 다 차 있었다.

 

맨 뒤쪽 문 옆에 몇 개의 임시 의자가 놓여 있어 그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 두명씩 더 들어오는 기자들 사이에 정장선 시장이 입장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안내가 스피커를 타고 대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7월 정기인사 때 새로 발령 된 언론팀장이다. 그가 사회를 맡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 시장이 평택시 민선 8기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3년간의 미래 비전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의답변이 이어졌다. 평소 질문을 자주 하는 필자는 아예 질문을 포기하고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메인테이블이 아닌 맨 뒤쪽 임시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는 행사를 촬영하는 포토존이 있어 카메라 여러대가 필자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사회자와의 거리도 상당했다. 당연히 필자까지 질문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경험직상 그렇다.

 

메인 탁자에 앉아 있어도, 처음부터 손을 들어도 끝까지 질문을 받아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왜 질문을 안 받아주냐고 따질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손을 들었을 때다. 사전 조율된 질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간에 불쑥불쑥 손을 들어 끼어드는 기자들의 질문은 받아 주면서 끝까지 손을 든 필자를 지명하지 않는 경우다.

 

질의답변 시간이 되자 사회자는 진행방식을 설명했다. 앞 테이블부터 순차적으로 손을 든 기자에게 질문을 받겠다는 것이다. 의외였다. 그리고 설명대로 진행됐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맨 끝 테이블까지 질문 순서가 도래했다. 순간 언론담당 주무관이 맨 뒤쪽으로 걸어오더니 질문 하실 분이 계시냐고 조용히 물어봤다. ‘웬 떡이지하면서 질문하겠다고 했다. “질문할거냐고 재차 물어보길래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끝나자 사회자가 말했다. “혹시 테이블 외에 다른데 계신 분들 중 질문하실 분이 있냐고 물어봤다. 순간 손을 들고 필자를 잘 볼 수 있는 포토존까지 나아가 질문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다른 분이 마이크를 들고 끼어들어 한번 더 기다렸다.

 

그 질문이 끝난 후 필자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준비되지 않은 질문이지만 생각나는 질문을 던졌고 원만한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정장선 평택시장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별 탈 없이 마무리 됐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지자체들의 기자회견을 보고 겪으면서 현명한 진행을 고대했다. 늘 답답했다. 질의답변 진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하고 상식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매체 소속 기자들이 우선해서 지명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있다. 아무도 이 문제를 되돌아보거나 고민하는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반면 평택시의 이날 질의답변 진행 방식은 칭찬받을 만 하다. 모든 지자체들이 본 받을 일이다. 영향력 있는 매체든 친한 기자든 관계없이 순서에 의해 모든 기자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매체가 많아지면서 질의하는 기자들도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질문하는 기자는 손가락 안에 꼽았다. 그만큼 질문하는 것도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시간을 내어 기자회견장을 방문하지만 질문을 못하고 돌아서는 기자들도 다수다필자 또한 질문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기자의 역할이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경쟁자가 많지 않아 무리없이 질문을 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확률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손을 들었을 때다. 중간에 끼어들었다면 지명을 못 받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손을 들었다면 반드시 지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손을 드는 기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도 충분히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운영 방식이다. 그 조차도 허락이 안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짧은 시간을 잡고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그 자체가 문제다.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사회자는 처음부터 손을 든 사람을 다 확인하고 그 사람들 먼저 질문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그 후에도 먼저 손든 기자부터 질문을 시켜주는게 상식적이다. 버스도 줄을 서서 맨 앞사람부터 타는게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기자회견도 그래야 한다.

 

그런면에서 이번 평택시의 질의답변 진행은 몹시 현명했다. 처음부터 손을 들지 않아도 결국 순서대로 진행됐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필자까지 질문을 하게 됐다. 모두가 만족하며 돌아 설 수 있었다기자회견이나 언론브리핑을 많이 하는 지자체들은 앞으로 이런 방식을 추천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기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제발 이런 자리만큼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평택시의 민선 81주년 기자회견을 준비한 관계자들과 언론담당자들에게 다시 한번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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