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수해 골프’를 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전국이 비상이 걸린 상황 속에서 골프를 친 것이다. 그럼에도 홍 시장은 ‘별 문제 아닌 것 같고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재난재해 매뉴얼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오히려 “잘못된 것 아니냐”며 질문하는 기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즉각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그래서일까? 홍 시장은 돌연 입장을 바꿔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SNS에 과하지욕(袴下之辱: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이라는 글을 올려 심경을 드러냈다.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했지만 그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모양새다.
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2일(토) 예정된 행사 ‘한여름밤 맞손 토크’를 전격 연기했다. 이 행사는 경기도민 1,4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민선8기 경기도의 지난 1년과 앞으로 3년을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다. 이 행사에 도민 2만 명이 넘게 신청했다. 김 지사 입장에선 중요한 행사다.
사실, ‘한여름밤 맞손토크’를 잠정 연기 발표한 지난 19일 당일, 경기도는 비가 그치고 날씨가 청명했다. 행사가 치러지는 22일 날씨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행사를 치르는데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경기도는 폭우에 비해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한여름밤 맞손토크’를 잠정 연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국적인 피해 소식과 국민의 애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행사를 연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기후위기 속에 혹시 이어질지 모르는 폭우 피해 예방과 재해복구 지원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의 ‘공감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중 호우라는 같은 상황 속에서 두 광역단체장의 보인 언행은 극과 극이다. 정작 사건 당사자인 홍 시장은 골프를 친 것도 모자라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자세를 보이며 당당했다.
김 지사는 별 문제 없는 상황인데도 큰 행사를 무기한 잠정 연기했다. 누가 국민정서에 가까운지는 너무 뻔하다. 물론 김 지사의 이런 결정이 정치적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놓고 볼 때 그 진정성을 믿고 싶다.
홍 시장은 관록 있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유명하다. 급이 다르다. 반면 김 지사는 정치 초년생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는 정치인 이전에 행정가로 오래 근무했다.
그럼에도 이번 상황만 놓고 보면 김 지사의 공감능력이 더 뛰어났다. 공감은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낮은 자세로 임하며 국민을 섬기는 그런 감정이다. 그것이 말과 행동으로 표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홍 시장의 언행은 큰 정치인에 비쳐 실망스러운 일이다. “언제까지 국민정서법에 맞추는 행정을 해야 하느냐”는 그의 광기를 넘은 오만함에 온 국민은 절망했다.
흔히 알만한 정치인들과 고위공무원, 그들은 대다수가 기본 이상의 학벌과 재력, 명성을 얻고 있다. 급으로 따지자면 일반 서민들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그 모든 우월함을 내려놓고 국민에게 봉사하고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정서 또한 포함돼 있다.
그렇게 선출된 단체장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게 첫 번째 임무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는건 당연한 의무다. 홍 시장은 그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단체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순간 아무리 훌륭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들은 단체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선거에 나서는 순간 시민들은 불행해진다.
권리를 누리고 싶다면 의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시민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보인 두 대권 잠룡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그 둘의 ‘공감 능력’에 대한 클래스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저작권자 ⓒ 경기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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